야단법석

[스크랩] ―한국시인협회 회장 및 집행부께 올리는 글

우또라 2013. 5. 22. 11:40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자

한국시인협회 회장 및 집행부께 올리는 글

 

한국시인협회(이하 시협’)1957년 창립 이래 일관되게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켜왔습니다. 그것은 시라는 첨단의 예술 양식에 대한 도덕적 염결성을 바탕에 둔 것이었습니다. 시인들만으로 구성된 순수 비영리 단체로서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순수함을 지켜온 것이 한국시인협회 회원들의 가장 큰 자긍심이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시협이 발행 주체가 되어 민음사에서 출간된 단행본 사람시로 읽는 한국인물 근대사는 이러한 시협 회원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주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상기한 책의 내용은 시협 전체 회원들의 공의와는 현격한 이반을 보이는 것으로 우리는 시인이라는 이름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수록 작품 중 이승만, 박정희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의 삶과 행적을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과오를 언급하지 않은 작품들이 상당한 점, 전직 대통령 호감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제외한 점 등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포기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인물들과 재벌 총수들에 대해 찬양일색인 작품을 게재한 점 역시 우리는 동의도 수긍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시대의 양식을 미학적 통찰과 직관으로 묘파해온 한국 시의 당당한 윤리적 전통의 후퇴이며 부정입니다.

 

시가 시인 개인의 의식과 역사관을 수용하는 창작물인 것을 인정하는 것은 당대적 윤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미학적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시협 이름으로 간행되는 출판물은 회원 전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사회적 수용의 당위와 가치를 고려하면서 보다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상기한 책의 출간으로 말미암아 많은 국민들은 시협을 우익 예술단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보수 언론마저도 여러 차례 관련 기사를 내보내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습니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협회의 관행이 계속된다면 결국 우리 시협은 낡고 늙고 무기력한 예술단체로 전락하고 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많은 회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습니다. 이제 다시 시인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는 생살을 찢는 심정으로 아래의 요구 사항을 신달자 회장을 비롯한 현 한국시인협회 집행부에 전달하는 바입니다.

 

1. 사람시로 읽는 한국인물 근대사의 인물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집행부는 사과하라.

 

2. 문제가 된 도서 사람시로 읽는 한국인물 근대사를 전량 회수하라.

 

만약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한국시인협회의 자긍심과 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자구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힙니다.

 

2013522

 

<한국시인협회를 생각하는 시인들> 일동

출처 : 다층시
글쓴이 : 김나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