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판의 적폐를 생각함
이철경: 시인, 문학평론가
갑자기 생각이 들어 짧게 쓰고 잘란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천년이고 만년이고 정권이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대통령 파면은 꿈조차 꾸지 못한 듯 하다. 아마도 서정주처럼 해방이 이리 빨리 될 줄 몰랐다고 항변하듯, 탄핵 정권의 하수인들은 급변하는 흐름에 미처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정주의 경우 시대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나 사물에 대한 직관력이 얼마나 없었으면 권력에 빌붙어 죽을 때까지 향기 없는 시를 쓴 것일까? 작년 이맘때부터 뉴스에는 이미 끊임없이 징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박근혜의 몰락을 예측한 사건들이 곪아 터져서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때, 어느 시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아무리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도 이 정부는 반성하거나 몰락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선배는 서정주처럼 일본이 패망하지 않을 거로 철석같이 믿었던 모양이다. 그리곤 뒷짐을 지고 비아냥거리며 적당히 진보주의자의 생각에... 동조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겨울 찬바람에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하면서 끝까지 싸워 새로운 정부가 무혈입성하게 되었다. 이후, 적폐 세력 청산 작업에 돌입하였다. 어느 분야나 적폐세력이 있겠으나 문학판에도 견고하고 단단하게 그들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 세력들은 서정주의 시혜를 받고 교수가 되어 제자들을 가르친다. 수업에서 자신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정주를 옹호하고 띄운다. 보수신문은 그러한 수상자에게 지면을 내주고 서정주를 띄워주길 원한다. 그러면 충실한 개가 되어 서정주의 족적을 핥아주고 옹호하고 띄운다. 그들이 주장하는 말은 이렇다. 비록 친일부역을 했고 독재자를 옹호했지만, 시가 너무 좋지 않냐고 침 튀기며 빨아준다. 내가 보기엔 그의 시에서 역겨운 친일에 대한 향수만 있을 뿐이다. 향기 없는 마른 꽃처럼 삭막하다. 서정주 시의 팔 할은 독재자 옹호와 민족반역의 행태로 이루어졌다. 이번엔 반드시 깨어있는 시인이 하나로 뭉쳐 미당문학상을 폐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도 보수신문에서 지면을 열어주고 시혜를 받은 변절자들은 끊임없이 독자와 대중을 세뇌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목숨을 걸고 싸워온 독립군에게 손가락질하며 비아냥거릴 것이다. 그리곤 자신들이 이 나라를 건국했다고 말할 것이다. 서정주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내부에서도 미당상 폐지는 우리가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하지만 어찌 가만히만 있을 것인가? 나의 희망은 첫째도 친일파 문인 척결이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친일 문인 배척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참교육과 시인이 우대받는 날이 올 것이다. 미당문학상 폐지되는 순간,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지금보다 문학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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