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세계인권의 날과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다양한 다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종로구 올림픽기념관에서 '제1회 다문화가족 행복시낭송회'가 열렸다.
창작21작가회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글쓰기를 통해 다문화가정 및 결혼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의 자기표현과 다민족간의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시낭송회에서는 이주민들이 자신이 직접 겪은 한국에서의 삶과 애환을 시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더듬더듬 애써 말하는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 나의 눈빛에 맞춰주는 시선들에 감사하며 웃음이 생겼다/ 노래를 들으며 한글을 공부했고 TV보며 문화를 배웠다/ (중략)/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던 이곳, 너무도 슬프고 아프게 했던 이곳/ 내가 몰랐기에 만들어졌던 오해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알고 있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며 미소 띤 얼굴은 없어도, 여유로운 행동은 없어도/ 따뜻한 사랑과 끈끈한 정이 내면에 맴돌고 있는 한국인의 깊이를'-'내가 찾은 행복' 中
숙아띤(인도네시아) 씨는 '내가 찾은 행복'이라는 자작시를 통해 한국생활에서의 애환과 한국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떡어 떡어 뺑 엄 붕/ 그뜻은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을/ 대나무통에 계속 받으면 나중에 물이 가득찬다/ 우리가 계속 공부를 하다보면 다음에 어느 순간 많은 지식을 안다/ 돈을 조금씩 조금씩 모으다 보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떡어 떡어 뺑 엄 붕' 전문
윈니따(캄보디아) 씨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인 '떡어 떡어 뺑 엄 붕'을 통해 물방울이 모여 큰 물이 되듯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복지관 다닌 지 벌써 1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어는 어렵지만 공부하기가 재미있어요'라는 말 밖에 모른다/ 내 사전이 구멍이 생길 때까지 사용했다/ 수많은 종이를 가득 써 넣었다/ 내 지친 뇌가 이미 아무것도 습득하지 못한다/ 머리가 빈 컵과 같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공부하기가 재미있어요'라는/ 말만 자꾸 반복된다'-'작은 문제를 피할 수가 없다'中
박알렉산드리아(우즈벡키스탄)은 '작은 문제를 피할 수가 없다'를 통해 한국말 배우기의 어려움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이주민들의 시낭송에 국내 시인들도 사랑과 평화의 노래로 화답했다.
'따뜻한 나라의 겨울꽃은/ 참으로 처절하고 슬프지만/ 숙명처럼 아름다운 희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봄이 없는 나라에/ 분명히 봄이 찾아 올 것이란/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고 한 송이가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씨앗들이 온 세상에서/ 조용히 붉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평화의 이름으로 피어나기를'中
문창길 시인은 '평화의 이름으로 피어나기를'을 통해 어렵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언젠가 찬란한 봄꽃이 피어나리라는 희망을 노래했다.
'크메르인의 발마사지를 받으며/ 나는 아프다/ 쉼없이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크메르 청년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어 아프고/ 이유 없이 죽어간 수많은 원혼들이 슬퍼서 가슴이 아려오는데/ 크메르인의 발 마사지는 슬픈 위로처럼 다가온다/ 킬링필드로, 뚜얼 슬랭으로/ 그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둘러보느라 발을 부르트고/ 부르튼 발을 정성스레 어루만져주는/ 크메르 청년의 할아버지도 폴포트의 희생자였다'-'크메르인의 발마사지를 받으며'中
고명수 시인은 '크메르인의 발마사지를 받으며'를 통해 크메르인의 슬픈 역사와 인류의 수많은 절망의 역사를 떠올리며 고뇌하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했다.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네팔의 절반은/ 너의 눈물로 젖어 있네/ 나는 네 이름도 잘생긴 얼굴도 친절함도 잊고 살아가지만/ 그 눈물은 잊을 수 없네/ 중략/ 약혼녀가 한국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을 잃은채 쫓겨나/ 불을 켜서 달려가고 싶었다고 눈물 글썽이던 그날/ 나도 눈물로 답할 수밖에 없었지/ 가정을 이루었는지/ 가이드 일은 잘되고 있는지/ 아직도 한국인들을 보면 분노하는지/ 네팔노동자의 산재뉴스를 듣는 오늘/ 너의 눈물이 첫사랑처럼 살아나/ 너의 얼굴도 너의 이름도/ 짜이의 맛도 달발 광장의 바람도 릭샤꾼들의 눈빛도 젖어드네'-'구릉에게'中
맹문재 시인은 '구릉에게'를 통해 네팔친구의 슳픔과 그 슬픔을 애닳아하고 미안해하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했다.
'물을 가두어두려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물고기를 기르려는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산을 드리우고 하늘을 드리우고'-'저수지의 마음'中
박남희 시인은 '저수지의 마음'을 통해 가두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드리우고 하늘을 두리우는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을 닮을 것을 이야기했다.
이날 참석한 조모아(버마) 씨는 "한국이 아시아의 문제와 다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한다"며 "우리 모두가 평화와 화합을 위해 함께 손잡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형 시인은 "한국이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여 고통받으면서도 발전을 이룬 점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전통문화 위에 다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의 문화를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MWTV 배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