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허물어 논어를 세우다 | ||||||
논어의 재구성 서평 | ||||||
| ||||||
『논어』는 내가 읽어본 책 가운데 최고의 콘텐츠를 담고 있는 책이면서, 그것들을 가장 무질서하게 배치해 놓은 책이다. 길에 비유하자면 구불구불한 산길이고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이다. 『논어의 재구성』은 산길을 고속도로로 만들어놓았다. 길을 시원하게 뚫고 곳곳에 이정표까지 세워 놓았다. 『논어』가 집필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2500년 전의 일이다. 그 속에 품고 있는 ' 2500년의 지혜'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에게는 적잖은 고통을 준다. 논어를 한번에 독파하기란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면 안된다. 내용은 좋은데, 편집이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 「자장편」에 자장은 없고 자하가 더 많다. 「자장편」은 25장으로 되어 있는데, 자장이 3번 나오고 자공이 6번, 자유 3번, 증자 4번, 자하가 10번이나 나온다. 자장편이라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자장편은 자하가 더 많이 나오니 자하편으로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논어에는 어떤 체계도 순서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같은 정의를 다르게 내리고 있는 것이 여러 개 있다. 사람에 따라, 능력에 따라 다른 교육을 하다 보니 정의가 달라 보이고, 실제로 전혀 다른 정의를 내린 경우도 여러 번 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이 다시 나오는 잘못도 여럿 있다. 이처럼 어설픈 논어의 편집이 오랜 세월 유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감히 누가 공자의 사상과 행동을 담은 논어를 바꿀 수 있느냐는 이야기고, 또 하나는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혜는 지혜이고,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불편한 것은 편하게 고치는 것이 옛 것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왕조시대라면 불경한 일이다 『논어의 재구성』은 『논어』가 집필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논어의 순서와 체계를 완전히 허물고 새롭게 세운 책이다. 왕조시대라면 불경한 일이다. 지금에 와서도 2천년 이상 지속된 『논어』읽는 습관에 대한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다. 『논어의 재구성』의 판단기준은 그 유익성이 되어야 한다. 『논어의 재구성』은 수많은 등장인물과 여러 가지 이야기가 뒤섞여 혼란스럽고 복잡한 논어를, 소설적 구성으로 엮어 공자의 사생활과 제자와의 대화, 공자의 사상, 주유천하를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질서정연하게 다듬었다. 먼저 논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공자의 개인품행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공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서 장별로 나누었다. 공자의 개인사생활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공자가 좋아하는 음식과 식사하는 법, 잠자리 버릇, 사냥하는 법, 좋아하는 취미 생활 같은 것이 다 드러난다. 다음 장엔 공자의 가족편이 이어진다. 아들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가 공자와의 대화에 숨어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과 자로 같은 인물들을 독립된 장으로 만들어 인물이해가 한 번에 되게 했다. 이어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仁과 서恕,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그리고 공자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논어의 재구성』을 쓴 신광철 작가는 <창업닷컴>에 '신광철과 하루 한편 논어읽기'를 연재하면서 '인간의 길'에 대한 깊은 통찰과 혜안을 던져 주고 있는 그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는 『논어의 재구성』을 통해 논어를 노변정담爐邊情談의 이야기 거리로 끌어왔다. 정답고 유익하다. 자로편을 읽으면 자로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나 공자와의 사적인 관계까지 다 볼 수 있다. 안연편을 보면 안연이 학문적으로 높은 경지에 이른 것과 공자와의 각별한 관계, 그리고 공자가 안연을 다른 제자와 달리 안연의 죽음에 통곡을 할 만큼 사랑했고, 자신의 학문을 이어줄 사람이라는 것을 기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서평자가 『논어의 재구성』을 펴낸 출판사 '공감의 기쁨'의 이임광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것을 커밍아웃해야 할 것 같다. 이 대표는 내게 "한 권 한 권 손으로 만든 수제책이다."라고 말했다. 수제책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하지만 손으로 만든 몇 번째 책이라는 일련번호도 매겨놓았다니 그만큼 공력을 들인 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광철 작가와 이임광 대표의 전환적 사고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
'열린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2014 열린시조학회 학술세미나 (0) | 2014.06.25 |
---|---|
[스크랩] 통일시인 이기형 1주기 추모모임 및 이기형 대표시 선집 출판기념회 (0) | 2014.06.04 |
[스크랩] 버마 중부지역 고산지대의 샨족 행사 모습입니다 (0) | 2014.03.31 |
[스크랩] 故 이기형 시인, 삼가 명복을 빕니다 (0) | 2014.03.26 |
[스크랩]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 (0) | 2014.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