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네팔 시인 시낭송회 2018
2018. 01. 21
대전 '사가르 마타 (하늘바다라는 뜻)' 네팔 음식점
24명 시인의 시를 네팔어, 한국어로 통역하여 낭송하는 날.
광주와 서울, 춘천 전국에서 네팔과 한국의 시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오후. 시작에 앞서 이 행사의 계획자이자, 네팔한국문화행사 후견인인 식당 주인인 김형효 시인이 인삿말을 말을 한다. 오늘의 시낭송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양국 시인의 시를 각각 상대국어로 통역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그의 계획을 소개하는데 엄청나다. 금넌 9월 24일에 네팔에서 큰 문학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네팔시인의 시를 한국어로 출판해서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시인의 시도 번역해서 네팔에서 출판기념회도 하려고 한다. 대전에서 네팔 전통식당을 경영하는 사장님이 진행하는 행사다.
네팔 현지에서 한국문학 강연회,
김춘태 시집 네팔 현지어 번역 출간,
한국 작가 50명의 시, 네팔어로 번역 출간
원쭐의 시집 번역 출판..
그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계획을 세웠을까?
그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2년을 살았다. 돌아오기 전에 한국어 시집을 내었고 러시아어 번역판도 냈다. 그의 아내 먼줄은 네팔인이다.
네팔에서 한 달을 여행하면서 네팔에 빨려 들어갔고 그때부터 전생과 인연에 대해서 믿게 되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작시, '어느 겨울밤 이야기'를 낭송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전에는 네팔에서 온 유학생이 오십여 명 정도 있다. 명절이면 네팔 유학생들에게 음식을 내어주고 고향에서 농사지은 쌀도 준다
본격적인 시 낭송에 앞서 네팔 전통 의식에 따라 촛불 점화와 함께 '행운의 목도리 둘러주기 의식'이 있었다. '카다' 라고 부르는 의식이라고 한다. 네팔에서는 중요한 날에 행사에 초대된 주인공이나 그 사람들에게 복을 빌어주는 의미로 목도리를 둘러준단다.
나는 오늘 시낭송은 하지 않지만 행사시간에는 시인들이 조금밖에 오지 않은 탓에 나도 이 의식에 참가하는 복을 입게 되었다.
김준태 시인의 인사가 있었다.
시인은 자신을 시인이자, 언론인. 교사, 교수로 소개했다.
김시인은 이 시낭송의 자리가 네팔과 한국 국민 모두가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첫발을 내딛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축사를 외쳤다.
'우리들의 연대를 위해서'
낭송에 앞서 식전 네팔 민속 노래 축하공연이 있었다.
네팔 시인 여러 명이 나와서 노래 운을 떼자 금세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여지고 빙빙 돌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축제의 장이 된다.
'레삼 삐리리'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비슷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당 안은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물결치고 물결 속에서 시가 피어 오른다.
몇 명 시인들의 시낭송이 있었고
문창길 시인과 박몽구 시인이 무대에 올랐다.
*민들레2
문창길
아 깊게 뿌리박은 들꽃이여 그 당당한 이름이여 뜨겁게 다가오는 햇살을 그대 푸른 가슴에 거침없이 끌어안는 사랑으로 일어 서거라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거친 눈보라가 닥쳐도 오직 가슴 하나로 영원하여라 다가올 봄날 새롭게 앞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희망의 아침을 꿈꾸며 지난 동면의 어둠을 헤치고 홀씨로 떠오르는 가벼운 절정을 느끼리
*게릴라 시위
박몽구
올 들어 가장 매서운 동장군의 발톱을 만난 날
서울시청 지하도 건너
프레스센터 앞길 위에서 플래카드를 펼친다
"친일 부역 문인 기념문학상을 폐지하라!"
입김마저 얼어붙는 섣달 공기 탓에
플래카드를 쥔 손 펴짖 않는데
전철 쪽으로 바삐가던 젊은 연인들이
멈추어 서서 연방 스마트폰 플래시를 타뜨리며
떠날 줄 모른다
동장군의 발톱 인무리 매섭거 다듬어도
봄이 오는 소리를 막을 수 없음을
지난 힌 겨울 촛불을 든 시민들 생생히 기억하는
이무기처럼 버티고 선 거리 한복판
촛불은 금방 꺼질 것을 믿는 듯
거대한 신문사는 시상식 장소도 알리지 않은 채
노상 시위를 벌이는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미당 문학상 시상식을 연단다
상패와 함께 거액의 상금이 오고가는
시상식장으로 가는 사람들
하나같이 얼굴을 가린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손석희의 jtbc 기자도 곱은 손을 부는
시위대를 외면한 채 카메라로 얼굴을 가리면 피해 간다
겨울 바람에 맞서 플래카드를 더욱 높이 든다
따스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텅 빈 시상식장에서는
수상자가 겸손하게 상장과 상금을 거머쥐고
한솥밥을 먹은 장정가 선배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지만
문득 등을 돌린 채
뜨거운 술이 있는 뒤풀이장으로 향하는 행렬 속에서
늪으로 빠져드는 시를 본다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본다
한국 시낭송에 이어 네팔 시낭송이 있었다.
여러 시들 중, 마음이 오래도록 머무는 시가 있었다.
*로또 복권의 행운
고쿨 토커르(Gocool Thokar)
"도시에 큰 집과 나의 가족이 있다."
그는 시장에 갈 때마다 오천원권 로또를 사며 그런 꿈을 꾼다
로또가 맞으려면 여섯 자리 숫자가 많아야 한다
그는 로또 당첨자들의 사연을 듣는다
몇 억 원에 당첨된 당첨자가 있다는 소리
그 당첨자 중에 네팔 사람도 있다는 소리
그는 꿈을 꾸듯 그런 소리를 듣는다
그는 생각핫다
민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깜짝 놀라며 줄거워한다
그런 들뜬 마음으로 다시 로또를 산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고쟁이에 꼬깃코깃 쌈짓돈을 넣듯
로또 용지를 지갑에 넣어둔다
마냥 들튼 그는
친구들에게 로또를 샀다며 과시하듯 말한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지금 하는 일은 그만두고
너희들에게 잔치를 벌일거야
그리고 난 네팔로 갈거야
그는 소주를 한 잔 마시며
"새끼야"라고 부르던 신장에게
마음속으로 "새끼야"라고 소리치고 웃는다
주말마다 로또 쭈첨하기 전에 그의 마음은 설레임으로 넘친다
이제 행운은 내 것이라 믿으며
로또가 당첨되면 무엇을 할것인지
쿰을 꾸며 상상하며 즐겁기만 하다
매주낙첨되었듯 이번 주에도 낙첨이다
세 자릿수를 맞추면 되는 오 천윈의 행운도 없다
그가 추첨 오 분 전에 꿈꾸었던
모든 꿈이 사린지고 마음만 울적하져
낙첨된 로또 용지를 팽개치고
슬픔에 빠져ㅈ내게는 행운이 없구나
체념에 빠진다
그때 멀리서 사장이 소리친다
"개새키야! 어디갔어."
그 소리를 듣고 깜착 놀라 뛰어가
돼지우리에 돼지 사료를 준다
*오늘 당신은 내 말이 되어야 해. 주인!
디알 네우파네
주인 여기 봐!
내가 말이 된 지 몇 년이야?
오늘 당신은 내 말이 되어야 해 주인!
봐! 봐!
내 아버지가 젊었을 때
내가 엄마 뱃속에 잉태되어 커 갈 때도
당신과 나의 아버지는 알고 있었어
오늘 나는 당신의 말이 되어야 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말이 되어 살았는가?
태어나자마자 나는 당신의 충성스런 말이 되었고
당신의 농장에서 재배한 음식만을 먹고
당신의 모든 창조물을 책임져주고 살았어
내 어린 시절에는 무작정 무시당하고
당신은 내 이마에 노예라는 낙인을 찍었지?
당신이 잠자고 있을 때도
나는 민첩해야 하고
당신이 깨어 있을 때도
나는 민첩하게 움직여야 했지
당신 생각에는
말을 파면시키기 위해
고통을 겪게하기 위해 그랬지
주인 봐!
오늘 당신은 내 말이 되어야 해 주인.
제발, 이제 내 말이 되어 줘 주인
*엄마와 새
머니 부살 (Mani Bhusal)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온 먼 객지
내 방 옆에 있는 나무에게
우리 동네처럼 한 새가 등지를 지었다
새는 엄마처럼 아침에 일하러 갔다
피곤에 지쳐 돌아온다
또 저녁에는 둥지에 사는
새 먹이를 주듯 아이들에게 먹이를 준다
엄마! 난 기억한다
엄마가 일을 킅내고 가져온 음식
사랑이 가득한 엄마의 손맛,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인가
엄마!
모든 것을 알고 기억합니다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미소를 떠올리면
가슴 깊이 고인 눈물이 송구칩니다
이젠 여기 엄마는 없지만
나는 다시 어릴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객지에서 하루종일 우는데
엄마는 보지 못 하시죠?
엄마!
객지에서 만난 이 새를 보니
가슴 시리도록 엄마가 그립습니다
객지에 나의 일상생활은 아기 새처럼 되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그리운 나는
이 아기 새를 보며 슬픔에 잠깁니다
행사가 끝나고 한 네팔 시인은 한국문화센터의 역할이 기대된다며
앞으로 한국과 네팔이 서로 고급언어인 시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인터넷 방송으로 네팔 현지에 생중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