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학/시와함께

[스크랩] 문창길/아이스크림 껍질과 황 씨

우또라 2011. 8. 5. 15:35

 

    아이스크림 껍질과 황 씨 詩/문창길 알맹이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나는 눅눅한 쓰레기통 구석에 구겨져 있다 이미 저 밑바닥에 버려진 이웃들이 거친 숨을 밭아내고 있다 그래 나는 늘 버려져야 하는 것인지 몰라 예닐곱 개구장이들의 손끝에서 아니면, 신사 숙녀 너희들이 던지는 동전 몇개의 값으로 가볍게 불려졌다가 그렇게 빈 껍데기 또는 천덕스런 쓰레기로 남아 어느 소각장에서 이름 없는 재로 흩뿌려지는 훠이훠이 바람에 밀려 한 세상 숨넘기는 나는 아이스크림 봉지이거나 황 씨 나의 이름은 그 황씨 아니면 막노동자 그려 이 나라 자본의 자식들이 위선의 두 얼굴을 가진 막정치꾼들이 토해 놓거나 퍼질러 놓은 오물더미 속에서 아둥거리고 바둥거리며 살아야 하는 나는 한국인 황 씨, 황 씨-이 거리마다 아이스크림의 단침들이 질질 흘러 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썩어드는 오 피폐한 공화국이여 가볍게 치켜들고 쉽게 버려지는 손끝에서 목줄은 더욱 구겨지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너희들의 아이스크림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그럴싸한 껍데기로 감싸안고 있는 이 차거운 시대 뜨거운 분노의 이름 황 씨 황 씨-이 출처 오늘의 좋은시
출처 : 두리하나
글쓴이 : 두리하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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