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무등을 타던 소녀
문창길
소녀가 어진 골목길에서 쉴새없이 싱싱한 웃음을 뿌리고 있다 그 옆 만발한 꽃숭어리들 하늘연못 피라미떼로 몰려 다닌다 졸졸거리는 저 연못의 물문은 늘 살짜기 열려 하 꽃 피는 오월이면 기어이 활짝거리곤 한다 어쩌다 문이 닫히면 물잠자리와 물수제비를 뜨는 저 평화의 몸짓 불현듯 소녀는 낯을 붉히며 얼굴무덤에 두 다리를 묻는다 물빛은 불투명한 물안개로 피어올라 무등의 너른 어깨를 적신다 오 보아라 저 싱싱한 십팔세 소녀가 못다 핀 꽃으로 만발하는 것을 전투병의 뒷발에 채여 동구밖으로 밀려난 풀잎만큼 여린 첫사랑을 자신의 심장 속에 감추고 쿨쿨거리는 생리혈 막고 있음을 숭숭거리는 연분홍 꽃섶 흩날리고 무등의 발뿌리가 섬진의 강끝으로부터 젖고 있다 그 어리석은 혈맥을 따라 햇가슴 오른 소녀의 벙그는 역사가 물들고 있다
계간 『시현실』 2005년 여름호 발표
문창길 시인 전북 김제에서 출생. 1984년《두레시》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 등이 있음. 현재 『창작21』 편집인 겸 주간. 『작가연대』 주간.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회원. 창작21작가회 대표. 다문화외국인창작네트워크 대표. 도서출판 들꽃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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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自選 대표시【592】줄리엣과 심심한 연애를 - 문창길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
2012/10/25 20:16
http://seeinkwangjang.com/60174211513
■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592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
줄리엣과 심심한 연애를
문창길
황홀하게 슬픈 섹스처럼 나는 줄리엣의 몸속 깊은 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깊고 깊은 밤의 조명등 아래 알아듣지 못할 밀어를 나눈다 그러자 곧 나의 그림자가 부활한다 참으로 밤은 깊고 어둡다 그 어둠보다 더 어두운 나의 사타구니에서 더듬이 잘린 바퀴벌레 한마리 기울어진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재재한 잿빛안개가 줄리엣의 도도한 몸매를 감춘다 더욱 의심스러운 반투명의 허연 살을 유령처럼 밀착 시킨다 헉 절정어린 소름이 문풍지 사이로 들어와 아토피성 티브이 화면에 무참히 솟는다 녹내장을 앓고 있는 눈으로 그녀의 붉은 사랑을 확인한다 홍등아래 매우 육체적으로 요염한 줄리엣과 내가 절정의 끝을 더듬으며 벅차게 비밀한 연애사를 적는다
계간 『시현실』 2005년 여름호 발표
□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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