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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592】줄리엣과 심심한 연애를 - 문창길 웹진 시인광장

우또라 2012. 10. 25. 20:46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592】줄리엣과 심심한 연애를 - 문창길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

2012/10/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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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들의 自選 대표시592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줄리엣과 심심한 연애를

 

 

문창길

 

황홀하게 슬픈 섹스처럼 나는 줄리엣의 몸속 깊은 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깊고 깊은 밤의 조명등 아래 알아듣지 못할 밀어를 나눈다 그러자 곧 나의 그림자가 부활한다 참으로 밤은 깊고 어둡다 그 어둠보다 더 어두운 나의 사타구니에서 더듬이 잘린 바퀴벌레 한마리 기울어진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재재한 잿빛안개가 줄리엣의 도도한 몸매를 감춘다 더욱 의심스러운 반투명의 허연 살을 유령처럼 밀착 시킨다 헉 절정어린 소름이 문풍지 사이로 들어와 아토피성 티브이 화면에 무참히 솟는다 녹내장을 앓고 있는 눈으로 그녀의 붉은 사랑을 확인한다 홍등아래 매우 육체적으로 요염한 줄리엣과 내가 절정의 끝을 더듬으며 벅차게 비밀한 연애사를 적는다

계간 『시현실』 2005년 여름호 발표

 

 

 

□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 (592)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591】오월, 무등을 타던 소녀 - 문창길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

2012/10/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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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들의 自選 대표시591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오월, 무등을 타던 소녀

 

 

 

소녀가 어진 골목길에서 쉴새없이 싱싱한 웃음을 뿌리고 있다 그 옆 만발한 꽃숭어리들 하늘연못 피라미떼로 몰려 다닌다 졸졸거리는 저 연못의 물문은 늘 살짜기 열려 하 꽃 피는 오월이면 기어이 활짝거리곤 한다 어쩌다 문이 닫히면 물잠자리와 물수제비를 뜨는 저 평화의 몸짓 불현듯 소녀는 낯을 붉히며 얼굴무덤에 두 다리를 묻는다 물빛은 불투명한 물안개로 피어올라 무등의 너른 어깨를 적신다

오 보아라 저 싱싱한 십팔세 소녀가 못다 핀 꽃으로 만발하는 것을 전투병의 뒷발에 채여 동구밖으로 밀려난 풀잎만큼 여린 첫사랑을 자신의 심장 속에 감추고 쿨쿨거리는 생리혈 막고 있음을

숭숭거리는 연분홍 꽃섶 흩날리고 무등의 발뿌리가 섬진의 강끝으로부터 젖고 있다 그 어리석은 혈맥을 따라 햇가슴 오른 소녀의 벙그는 역사가 물들고 있다

 

 

계간 『시현실』 2005년 여름호 발표

 

 

 21세기 한국시단 (10767)

능곡동 임석이뎐․1 - 문창길 21세기 한국시단

2012/10/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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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곡동 임석이뎐1

 

 

문창길

 

그는 늘 활기찬 동네 친구다 알게 된지 서너 달 밖에 안됐지만 그의 몸엔 다혈질과 순박함이 섞인 생기 가득찬 인물이다 얼마 전 다니던 일자리 없어져 치킨집 야간배달부나 해야될 것 같다며 살아갈 걱정을 토해 놓는다 늘상 우리는 만날때마다 생맥주집에서 500cc를 들이키며 집안 얘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런데 임석이는 요즘 조급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투다 그 사정이야 나와 똑같지만 내가 뭐라 희망스런 대답을 해줄 수도 없고 내 앞길도 막연한 속내를 다 털어낼수야 없지만 어쨌든 그에게 막막하게 닫혀있는 세상문을 여는데 도움될만한 표현을 찾아야 한다

그의 삶의 무기는 손재주이다 누가 쓰다버린 가구나 전자제품, 헌옷 등을 모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솜씨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어느 날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형님 선물 하나 드릴테니 만나자는 것이다 무엔가 싶어 동네 호프집에서 보기로 했다 그는 작은 용달차를 몰고 의기양양하게 와서는 짐칸에 실린 식탁을 내리며 주절주절 설명한다 동네 어느 집에선가 쓸만한 물건 하나 버려진 것을 다듬고, 닦고, 꾸며서 내심 형 생각하는 양 가져온 것이다 순박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친구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 집에 들여놓고 가까운 생맥주집으로 향했다

임석이는 쉬지않고 말을 쏟아낸다 강원도 고성 군부대 신문 돌리던 일, 아파트단지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했던 일, 미화원으로 거리를 쓸다 차에 치인 일, 시민단체에서 일을 돕던 경력 등을 신나게 풀어내고 있다 그는 다양한 취업경력과 사회이력을 열거하다 문득 씨이~바아알 하고 욕을 내뱉는다 당황한 나는 진정시키며 왜 무슨 사정 있냐고 묻자 사십몇년을 그야말로 자기처럼 뭣빠지게 살아온 인생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하고 냅다 고함친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몇 점 부끄러운 기분으로 그를 다독이다 맞다 이눔의 나라꼴이 엉망이지 그래 경제 잘할거라 뽑힌 엠비대통령 수~운 엉터리지 4대강이나 파헤치고 왜놈들한테 뒤통수나 터지고 젊은 오바마에게 설설거리고 이거 대한민국 절단나는 것 아니냐 에라이 어느덧 몸에서 높아지는 알콜분포도와 분노 섞인 내 목소리에 친구놈의 흥분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임석이 한잔 더 마셔

 

 

계간 『미네르바』 2011년 여름호 발표

 21세기 한국시단 (10767)
랑군의 꽃 파는 소녀 - 문창길21세기 한국시단

2012/10/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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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군의 꽃 파는 소녀

 

 

문창길

 

랑군시 쉐다곤파고다 앞 꽃 파는 소녀에게

간절한 시선을 쏟아 부으며 다가갔다

기어이 가까이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꽃의 경전을 읽으며

꽃을 파는 평화의 천사 랑군소녀

좌판에 펼쳐진 꽃들의 수다에도

픽션스토리 삼매경에 빠진 표정이 신비하기 이를 데 없다

누가 살까 저 수다스런 꽃들

꽃을 팔아서 일용할 양식 살까

팔리면 부처님께 자비롭게 보시를 할까

아 무언의 저 소녀

자신이 팔고 있는 꽃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

길 위에 가부좌 틀고 앉아 선정에 든지 한참이다

나는 저 꽃 파는 소녀를 사랑한다

나는 꽃을 팔면서 꽃의 경전을 읽는 저 소녀를 사랑한다

뾰족탑 아래 심오한 절간의 부처님 보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길을 맨발로 걷는

빨간승복의 버마스님보다 더 신묘한

득도의 길에 들어선 소녀보살을 나홀로 짝사랑 한다

이윽고 중천에 떠오른 버마태양이

달큰한 빛살들을 들뜬 내 속가슴에 사정없이 쏘아댄다

그러나 어쩌란 말이냐 내가 도저히 다가설 수 없는

저 숭고하게 꽃을 파는 랑군소녀를

꽃을 팔면서 경전 삼매경에 빠져든 저 소녀보살을

그저 짝사랑에 빠질 뿐

나는 기억하리라 또는 영원히 짝사랑하리라

궁휼한 시대 부처님의 속살을 훑고 있는

저 꽃파는 소녀보살을

 

 

계간 『미네르바』 2011년 여름호 발표

 

문창길 시인

전북 김제에서 출생. 1984년《두레시》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 등이 있음. 현재 『창작21』 편집인 겸 주간. 『작가연대』 주간.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회원. 창작21작가회 대표. 다문화외국인창작네트워크 대표. 도서출판 들꽃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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