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
박상순 “문학 본질 계속 탐구할 것”
박범신 “다음엔 맨부커상 받길”
중앙신인문학상 3명 시상식도
방현석 “역대 최단 시간 내 심사”
박상순 “문학 본질 계속 탐구할 것”
박범신 “다음엔 맨부커상 받길”
중앙신인문학상 3명 시상식도
방현석 “역대 최단 시간 내 심사”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미당·황순원문학상, 중앙신인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강지이, 소설 부문 수상자 이현석, 미당문학상 수상자 박상순,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이기호,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수상자 이병국씨,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웃음과 진지함, 풋풋함이 어우러진 시상식이었다. 수상자과 축사자들의 말들의 향연이 이어지며 통상 1시간 정도 걸리는 시상식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이어졌다. 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17회 미당문학상·황순원문학상과 제18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상식장의 풍경이다.
문학평론가 송종원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풋풋한 문학 신인,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자들의 순서로 시작됐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의 시상에 이어 첫 번째 소감 발표에 나선 시 부문 당선자 강지이씨는 “글쓰기만 열심히 했지 웅변을 소홀히 한 게 후회된다. 대학교 입학 면접 이후 처음으로 청심환을 먹었다”면서도 “실패로 돌아갈지라도 꾸준하고 사려깊게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편소설 당선자인 이현석씨는 “산업재해, 환경성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라고 본업을 밝혀 좌중을 긴장시킨 후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일과 관련해서 불확실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선명한 당위를 말해야 할 때가 많은데 오늘 제 앞에 붙은 소설가라는 괄호는 질문을 던지며 살라는 의미로 알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앞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고 있는 모임 반올림 관계자들, 한국노동안전보건소와 노동건강연대 사람들을 위해 상금의 절반인 500만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평론으로 등단한 이병국씨는 “무난하게 지속되는 삶 저변의 것들을 들춰내는 소설과 시의 자극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중앙신인문학상 세 개 부문 심사위원들을 대표해 축사에 나서 소설가 방현석씨는 “당선작들이 하나같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심사하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역대 최단 시간 심사일 것”이라며 “수상자 모두 젊어서 앞으로 70년간 한국문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박상순 시인은 “20여 년 전 등단할 때 ‘나는 나의 개인성에 의존할 것이며 내 유골을 건져올리는 나의 놀이에 그 누구도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힌 적이 있는데,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개성을 유지하는 태도를 잊지 않고, 전체와 개별적 존재 사이에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박상순 시인을 위해 축사에 나선 국내 첫 북디자이너 정병규씨는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상순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문학세미나처럼 진지하던 시상식장 분위기는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이기호씨가 소감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를 띠었다. 이씨는 “네 번이나 본심에 오른 끝에 상을 받았는데, 대입시험에서 삼수, 사수 하는 느낌이었다”며 “문학상은 효도상인데 아버님께 말씀드렸더니 기뻐하시면서도 다음에는 더 큰 상, 맨부커상 같은 상을 기대하시는 것 같더라. 신인상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기호 작가의 개인 축사로 소설가 박범신씨가 이례적으로 공식석장에 나섰다. 박씨는 “대중 앞에 선 건 5년 만인 것 같다. 명지대 박사과정 제자였던 이기호 작가가 이런 자리에 자꾸 나서야 늙지 않는다는 뜻에서 축사를 부탁한 것 같다. 다음엔 꼭 맨부커상 받길 바란다”고 했다. 미당, 황순원문학상 심사위원 대표로 축사를 한 최승호 시인은 산문시 같은 축사를 해 시상식을 빛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시인 오은·유희경·허혜정·최정례·고형렬·김행숙·박상수씨, 소설가 구효서·은희경·김태용·하성란·해이수·정용준씨, 평론가 김나영·김수이·신샛별·박인성·류신·노태훈씨가 참석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대표, 현대문학 김영정 기획이사, 문학과 지성사 이근혜 편집장, 은행나무 백다흠 편집장, 김원 미당기념사업회 이사장 등도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신준봉·민경원 기자 inform@joongang.co.kr
문학평론가 송종원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풋풋한 문학 신인,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자들의 순서로 시작됐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의 시상에 이어 첫 번째 소감 발표에 나선 시 부문 당선자 강지이씨는 “글쓰기만 열심히 했지 웅변을 소홀히 한 게 후회된다. 대학교 입학 면접 이후 처음으로 청심환을 먹었다”면서도 “실패로 돌아갈지라도 꾸준하고 사려깊게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편소설 당선자인 이현석씨는 “산업재해, 환경성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라고 본업을 밝혀 좌중을 긴장시킨 후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일과 관련해서 불확실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선명한 당위를 말해야 할 때가 많은데 오늘 제 앞에 붙은 소설가라는 괄호는 질문을 던지며 살라는 의미로 알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앞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고 있는 모임 반올림 관계자들, 한국노동안전보건소와 노동건강연대 사람들을 위해 상금의 절반인 500만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평론으로 등단한 이병국씨는 “무난하게 지속되는 삶 저변의 것들을 들춰내는 소설과 시의 자극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중앙신인문학상 세 개 부문 심사위원들을 대표해 축사에 나서 소설가 방현석씨는 “당선작들이 하나같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심사하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역대 최단 시간 심사일 것”이라며 “수상자 모두 젊어서 앞으로 70년간 한국문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박상순 시인은 “20여 년 전 등단할 때 ‘나는 나의 개인성에 의존할 것이며 내 유골을 건져올리는 나의 놀이에 그 누구도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힌 적이 있는데,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개성을 유지하는 태도를 잊지 않고, 전체와 개별적 존재 사이에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박상순 시인을 위해 축사에 나선 국내 첫 북디자이너 정병규씨는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상순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문학세미나처럼 진지하던 시상식장 분위기는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이기호씨가 소감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를 띠었다. 이씨는 “네 번이나 본심에 오른 끝에 상을 받았는데, 대입시험에서 삼수, 사수 하는 느낌이었다”며 “문학상은 효도상인데 아버님께 말씀드렸더니 기뻐하시면서도 다음에는 더 큰 상, 맨부커상 같은 상을 기대하시는 것 같더라. 신인상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기호 작가의 개인 축사로 소설가 박범신씨가 이례적으로 공식석장에 나섰다. 박씨는 “대중 앞에 선 건 5년 만인 것 같다. 명지대 박사과정 제자였던 이기호 작가가 이런 자리에 자꾸 나서야 늙지 않는다는 뜻에서 축사를 부탁한 것 같다. 다음엔 꼭 맨부커상 받길 바란다”고 했다. 미당, 황순원문학상 심사위원 대표로 축사를 한 최승호 시인은 산문시 같은 축사를 해 시상식을 빛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시인 오은·유희경·허혜정·최정례·고형렬·김행숙·박상수씨, 소설가 구효서·은희경·김태용·하성란·해이수·정용준씨, 평론가 김나영·김수이·신샛별·박인성·류신·노태훈씨가 참석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대표, 현대문학 김영정 기획이사, 문학과 지성사 이근혜 편집장, 은행나무 백다흠 편집장, 김원 미당기념사업회 이사장 등도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신준봉·민경원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