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대산대학문학상 당선자가 과거 ‘단톡방 성희롱’ 가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이 당선자는 심사위원과 ‘사제관계’로 대학 수업에서 당선작을 합평했던 사실도 알려져 심사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올해 소설부문 당선자 박모씨는 지난 2013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남학생 17명만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학생 3명에게 성희롱을 해 학교 측으로부터 권고휴학 조치를 받았다. 당시 박씨 등 남학생들은 단체대화방에서 특정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하자며 농담하고, 외모를 품평하고, ‘야설’을 창작하는 등 성희롱했다.
피해 여학생이 2015년 ‘단톡방 성희롱’을 공론화하면서 가해자 10명 중 4명은 자퇴했으며 5명은 학과로부터 권고휴학 조치를 받고 군입대했다. 학과 측 처분에 불복한 1명은 계속 등교하면서 행정소송을 벌였으나 법원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 대산문화재단은 창비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대산대학문학상 당선자 5명을 발표했다. 박씨는 소설 ‘어머니는 왜 항상 이기는가’를 출품해 소설 부문 당선자로 선정됐다. 당선자들은 각 700만 원 상금을 받고, ‘창작과비평’ 봄호를 통해 등단한다.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학생과 시민 10여명의 항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들은 “당선자 인정할 수 없다. 대산은 당선을 취소하라”, “죽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문인’이라고 칭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예술계는 ‘예술’만 인정되면 도덕성이고 뭐고 필요없다는 것인가” 등 항의했다.
심사위원과 박씨의 ‘사제관계’도 드러나면서 심사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 중 손홍규 작가는 올해 2학기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강사로 근무하며 ‘소설창작연습’ 수업을 맡았다. 박씨는 이 수업을 수강해 이번 수상작과 같은 제목인 ‘어머니는 왜 항상 이기는가’를 과제로 제출했다. 손 작가는 지난 10월 자신의 수업에서 박씨의 작품을 합평하기도 했다. 손 작가가 해당 작품을 심사할 때 제자인 박씨의 작품인 것을 알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 작가는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중견 작가다.
학생과 시민의 항의가 잇따르자 대산문화재단은 지난 16일 공지사항을 통해 “제17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수상자 선정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심사 경위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수상자와 관련된 다른 사건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 중이지만 주말인 관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보다 정확히 확인한 후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오니 기다려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