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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기형 시인 추모 시집 <역사의 정답> 낭송회에 가다

우또라 2015. 10. 3. 18:20

 

 

"한글 열풍이 자주의 길" 나를 부끄럽게 한 시인

이기형 시인 추모 시집 <역사의 정답> 낭송회에 가다

15.08.08 15:12l최종 업데이트 15.08.08 18:2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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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형 시인 추모시 낭송회에서 추모시를 낭송하고나 시인과의 회고담을 들려준 이, 시인을 추모하는 시인들이 모였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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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인 7월 31일, 인사동 '달빛 나그네'에서 열린 시 낭송회에 다녀왔다. 이날 참여한 행사는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된 고 이기형 시인의 추모를 위한 자리였다.

내가 이기형 시인은 처음 뵌 것은 북한산이다. 그날 이기형 시인은 백발을 펄럭이며 옆구리에 끼고 온 봉투를 열더니 복사한 종이를 나눠주었다. 이기형 시인이 쓴 시였다. 그는 자신을 '통일 시인'이라고 했다. 시인은 뵐 때마다 복사한 시를 담은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와 사람들에게 시를 나눠주곤 했다.

이기형 시인은 191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다. 스물한 살이던 1947년 정신적 지도자로 모시던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후 30년간 공적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후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해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통일 자주 조국의 꿈을 노래했다. 평생 통일 운동의 외길 인생을 걷던 시인은 지난 2013년 6월 13일 타계했다.

통일 시인 이기형 추모 낭송회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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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통일시집
ⓒ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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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통일시집 <역사의 정답>은 이기형 시인 2주기 추모 시집이다. 총 네 개의 묶음, 쉰다섯 편으로 엮인 시들은 하나같이 새 역사의 바른길을 위한 염원을 담고 있다.

시인은 친일 청산,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말했다. 또 외세 미국에 휘둘리지 않고 형제인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자주독립 민주국가를 만들어 내는 길을 강변한다.

역사에 바른길과 답을 찾아내는 지름길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 굽은 길로 들어섰는지, 어느 지점에서 역사의 시간표를 되돌렸는지 혹은 멈추었는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잘못된 지점을 찾아 거기서부터 새롭게 길을 가면 역사의 정답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자취는 미래의 길을 가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한 걸음도 비틀거리거나 허투루 내딛지 못할 것이다.

수많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상가, 문인, 각 분야 사회 지도층에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자신의 행적에 따른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경에는 인도자가 한 영혼을 실족시키거나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면 연자 맷돌을 지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지옥의 불길에 던져지는 것보다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

이기형 시인은 평생 자신이 걷는 길의 방향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는 일편단심 통일과 자주, 민주의 회복만이 인간이 걸을 바른 역사의 길이라고 믿었다. 길을 막는 것은 국가보안법, 미국, 친일 후손, 그리고 그들과 견강부회하는 언론이라는 일침을 했다. 그의 말은 시민기자라는 이름을 지닌 나를 부끄럽게 한다.

2000년 12월 5일 오전 10시 추운 아침
명동성당 민주성지 계단
국가보안법철폐 농성 천막 깃발이 휘날렸다
재야단체장과 원로들이
박정희기념관 저지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
그 목소리는 하늘에 닿아건만
다음날 새벽 불나게 한겨레신문을 펼쳤다
박정희기념관 저지 기사는 아예 없고 사회면 아래 구석에 '국민연대, 국보법폐지 촉구'(3호활자) 제하의 1단 기사 열한줄 뿐
그 옆 '서울대생 73% 수학 어려워'(2호활자) 제하의 2단 기사 41줄
최진실 결혼식 기사도 2단에 사진을 곁들여 19줄
그래, 민주화나 통일문제보다 학력이나 결혼문제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무식도 유만부동이지
여타 신문은 이미 버린 자식이라 치자
국민주 신문 '한겨레'마저 이래서야 되나
- '해가 보이지 않는 나라의 언론백서' 중

시대의 암울함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4·19 정신과 6·10민주화 항쟁 정신의 부활만이 거꾸로 가는 역사의 방향을 바르게 다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통일은 우리 안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개개의 민중의 가슴에서부터 꽃피워야 한다.

"한미 공조가 아닌 남북 공조, 영어 열풍이 아닌 한글 열풍이 자주의 길"이라는 시인의 외침.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병행해 쓰자고 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교과부나 지도층. 그들에게 죽비가 되어 잠든 양심과 의식을 일깨우면 좋겠다. 역사의 정답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기형 시인이 찾아낸 시 ' 역사의 정답'을 소개한다.

역사의 정답 - 사월혁명 45주년에
-이기형

누가 감히 어쩌구저쩌구 말꼬리를 달아
사월혁명은 단군의 홍익인간이요
역사와 겨레에 대한
정답이거늘
장할사 그대 45주년이여
꿈같은 그날, 우리들은
그대를 사랑의 어떤 대상보다도
더 사랑했지
아! 분단 60년
가슴 찢어져라 임리한 피
겨레의 운명이 어쩌다가 이런 낭떠러지 백척간두에 섰을까
일제 잔재 수구집단과 외세와 악법의 탓이건만
잘났다는 어느 지도자도, 내노란 어느 언론도,
일언반구 말이 없었습니다.
애국자는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식민지배를 축복이라 망언하고
사월혁명에 녹아버린 이승만과 유신절벽에 떨어져 죽은
박정희를 되살리려고 광분합니다
일제는 침략을 미화하고
독도를 제것이라 생트집을 부려
미제는 북을 있지도 않는 테러다 폭정이다 인권탄압이다 독설을 뱉으며
북을 목조여 죽이고자 사생결단합니다
우리 돈 놀라지 말라 5조5천억 원을 들여
미군기지를 옮겨 백년 주둔을 꾀해도
누구하나 군소리 한마디 없이 그저 예예 뿐
민족기개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21세기 벽두 만만찮은 시련이지만
우리 국가안보회의가
북을 치자는 미군의 제안을 놀랍게도 60년만에 처음
보기좋게 거부했거니
남북 막강한 칠천만이 사월혁명 정신으로 천재적으로 힘을 합친다면
봄바람에 얼음덩이가 녹 듯
거뜬히 풀립니다
사월혁명의 명 진단을 들어볼까요
한미동맹이 아니라 남북화해
한.미. 일 공조가 아니라 남북공조
영어열풍이 아닌 한글열풍이 자주의 길
민족민중의 해방인저!
사월혁명 정신은 민족의 어떠한 꼬임도 풀 수 있습니다
일제잔재와
외세와 악법을 기어코 내동댕이 칠 것입니다
우리 겨레의 영원한 애인 사월혁명 완결에 힘쓰며
6. 15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대망의 민족통일을 앞당깁시다
위대한 사월혁명 만세!
남북 칠천만 형제의 조국 대통일 만세!
(2005. 4.18)
출처 : 도서출판 들꽃
글쓴이 : 민들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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