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열풍에 서정주·김소월·백석도..서점가 新풍경
매일경제 김유태 입력 2016.02.23. 11:18
20세기 초반 출간된 시집 복각본 인기가 최근 불어닥쳤던 서점가는 영화 ‘동주’ 개봉에 힘입어 윤동주 시인을 둘러싼 열기로 이어지더니, 때마침 1930년대 활동했던 서정주 시인의 자서전까지 매대에 등장하며 근대시(詩) 조명은 하나의 트랜드로 굳어졌다. 여기에 김소월과 백석 시인의 시집 복각본도 가세해 ‘근대 한국시 열풍’을 견인 중이다.
윤동주(1917~1945) 시인이 1941년 쓴 5연 14행의 시 ‘십자가’에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10번째 행에 주목했다. 단 두 글자인 그 행은, 김 교수의 새 평론집 제목과 같은 ‘처럼’(문학동네 펴냄)으로, 한국인이 가장 추앙하는 윤동주의 생애를 다섯 시기로 나눠 시를 두고 담소 나누듯 읽기 쉽게 풀었다.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십자가’ 부분) 윤동주 시인은 예수 행적을 좇는 희생적 삶을 숭고하게 지향한다. 김응교 교수는 “윤동주 시에 나타나는 ‘처럼’, ‘같이’라는 직유법은 타자와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동일화하려는 의지”라고 썼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에 김 교수는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어머님’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시의 5연이 왜 산문 형식인지를 두고, 저자는 “경성에 와서 거꾸로 고향 만주를 그리워하는, 디아스포라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시”라며 “그때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도저히 짧은 행간이나 암시적 기법으로 담아낼 수 없었 이야기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자서전도 반갑기는 매한가지다. ‘유년기 자서전’과 ‘문학적 자서전’(은행나무 펴냄)은 미당 생전인 1968~1974년께 쓰여졌다가 40년이 지나 책으로 묶였다. 미당의 기억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서전 곳곳에 해학과 반성의 문장이 절절하게 녹아 산문임에도 시를 읽는 기분이다.
미당은 첫 시집인 ‘화사집’의 표제작인 ‘화사(花蛇·꽃뱀)’의 뒷담화도 풀어낸다. “숙맥”이었던 미당은 “서구 귀부인풍의 사치한 옷차림과 그 비단옷처럼 사치스런 살결”을 가진 한 여류 화가를 보고 시를 남겼음을 고백한다.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로 시작하는 미당 시의 절정 ‘화사’는 모델은 실재했다.
미당은 친일 논란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나는 여기 인제 내 생애에서 가장 창피한 이야기들을 한바탕 벌여놓아야 할 마련이 되었다”로 시작하는 그의 글은 1944년 9월께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친일적 업적 또는 전범 여부”를 고백한다. 서정주 시인은 ‘항공일에’란 제목의 친일시를 썼던 기억을 더듬으며, 일본어 잡지 ‘국민문학’과 ‘국민시가’에 참여했던 행적도 털어놓는다. 미당은 “정치 세계에 대한 부족한 지식이 내 그릇된 인식을 만들었다”고 썼다.
한 문학평론가는 “한국문학이 위기라고 해도 한국시에 대한 갈증이 이처럼 높았음을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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